번역가는 하나의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작업자다. 국경이 없는 현대사회에서 번역가는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라마다 홍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번역가의 수요는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능력과
경력을 쌓으면 안정적인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문서번역과 영상번역으로 나눌 수 있어옛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 신이 되고자 바벨탑을 쌓았다. 아무리 홍수가 넘쳐도 차오르지 못할 만큼 하늘에 닿는 높은 탑을 쌓기로 했다. 격소한 신은 인간에게 서로 다른 언어를 선사했다. 탑을 쌓는 사람들끼리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바벨탑은 중단 될 수밖에 없었다.
바벨탑의 신화는 우리들에게 인간의 무지와 언어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서로 다른 언어를 이용하는 의사소통에는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바로 번역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번역가는 한 나라 언어로 된 글을 다른 나라 말로 옮기는 사람들이다. 이때 두 언어는 서로 문법과 말의 뜻이 다르고, 역사와 문화가 다르다. 따라서 번역가는 고도로 훈련된 문학적 기교가 있어야 하고, 번역하려는 언어의 관습과 문화를 잘 이해해야만 한다. 그래서 번역가를 ‘제2의 작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현재 번역 분야를 크게 영상번역과 문서번역으로 나눌 수 있다. 영상번역은 영화 자막을 생각하면 된다. 극장개봉작, 비디오, 드라마, 다큐 등의 영상물을 번역한다. 이미도나 조상구, 조철현씨가 유명한 외화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많은 번역가들이 활동하는 분야는 문서번역이다. 순수문학, 자연과학,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의 번역을 한다. 또한 문서번역가는 무역서류, 계약서, 팸플릿, 매뉴얼 등 비즈니스 번역도 한다. 이윤기, 전혜린, 김화영씨 등이 유명한 출판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가로 활동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다. 영상번역가의 경우는 특별한
교육기관은 없다. 우선 통역번역대학원, 학원을 다니거나 해외에서 거주해 외국어를 익혀야 한다. 외국어 실력을 인정받은 후 영상번역가로 일하는 방법은 번역회사에 입사하거나, 인맥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방송작가협회를 통해 방송국에서 일하는 방법이 있다. 또
국내에서
개최되는 영화제에 번역 자원봉사를 해 경력을 쌓기도 한다.
문서번역가의 경우 통역번역대학원, 학원을 다니면서 번역 노하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까지 문서번역은 학력과 인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후 번역 사무실이나 출판사 혹은 대기업이나 관공서에서 일하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출판사와 직접 계약을 맺어 번역일을 맡아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 번역일을 하러면 인맥과 출중한 실력이 필요하다. 3~4개월마다 열리고 있는 한국번역가협회에서 주최하는 ‘번역능력인정시험’에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
역시 또 하나의 방법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국가공인 번역가 자격증은 없다.
영상번역가의 경우 보통 편당 혹은 시간당으로 계약을 한다. 이미도씨의 경우는 한 편당 80만원에서 3백만원 사이라고 한다. 개인의 능력과 경험에 따라 영상번역료는 천차만별이다.
문서번역의 경우에는 외국어의 종류와 번역 방법(외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느냐, 한국어를 외국어로 번역하느냐)에 따라 번역료가 달라진다. 문서번역은 보통 원고지 매수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한국번역가협회가 마련한 ‘번역 표준 요율표’를 통해 문서번역료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요즘은 영어와
중국어 번역 건수가 다른 언어보다 많다고 한다.
번역가에게 필요한 자질영상 번역가 이미도씨는 “어학 실력도 뛰어나야 하지만, 우리말 실력이 필수다. 특히 문어가 아닌 구어를 번역하는 것이기 때문에, 말맛과 글맛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언어감각이 중요하다. 그리고 영화에서 취급되는 소재의 범위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백과사전적인 지식과 상식 또한 필수다”라고 밝힌다. 문서번역가 역시 언어에 대한 이해력이 풍부해야 하고, 섬세함이 꼭 필요하다. 물론,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한 상식과 지식이 풍부해야 한다.
고려대 김경승 교수는 번역을 잘하기 위한 조건으로 몇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해당 외국어를 잘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글재주가 있어야 한다, 풍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번역에는 정답이 없다. 단 번역가는 저자의 의도를 독자에게 설명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해야 한다, 직역보다는 의역을 해야 한다, 가능한한 앞에서 뒤로, 글의 흐름을 따라 번역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라고 밝히고 있다.
번역가의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리고 능력과 경력을 인정받으면 프리랜서로 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번역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먼저 얻는 것이 중요하다. 번역가 지망생들이 사설학원에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분야가 문서번역인지 영상번역인지를 정한 후 그것에 맞는 교육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번역가협회 ‘번역 표준 요율표’(2002년 현재)외국어 외국어 →한국어역 한국어 → 외국어역
영어 1만8천원 3만5천원
일어 1만5천원 3만원
중국어 2만5천원 4만원
불어 2만5천원 4만원
독어 2만5천원 4만원
스페인어 3만원 5만원
러시아어 3만원 5만원
특수어 4만원 8만원
● 번역문이 한국어, 일어, 중국어인 경우에는 200자 원고지 5매 기준.
● 번역문이 그 외 외국어인 경우에는 A4 1장 기준.
(사)한국번역가협회 주관 ‘번역능력인정시험’구분 3급(일반번역능력인정시험), 2급(전문번역능력인정시험), 1급(직업번역능력인정시험)
실시지역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제주(단, 1급은 서울에서만 실시)
응시료 2급 및 3급 - 4만5천원, 1급 6만원
응시자격 제한없음
시험방식 주관식 필기시험
시험 내용 1교시 - 분야공통내용, 언어능력 검증에 중점(50분), 2교시 - 분야별 전문내용 번역능력 검증에 중점(90분)
문의 725-0506(www.kstinc.or.kr)
번역가 관련 정보 사이트cafe.daum.
net/translation 번역사랑
www.ltikorea.net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
www.daesan.org 대산문화재단
www.sbsacademy.co.kr SBS 방송아카데미
student.dgu.ac.kr/graduate/iai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대학원 영어 통·번역학과
www.sufs.ac.kr 서울외국어대학교대학원
home.ewha.ac.kr/~gsti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Case Study 10년차 문서번역가 바벨코리아 실장 정정숙“출판물보다 비즈니스 분야 매뉴얼 번역이 훨씬 어려워요”
출판기획을 하고 싶었던 정정숙실장(35)이 번역가의 길로 들어선 것은 우연이었다. 그후 10여 년 간 성서 번역, 국가기간산업 프로젝트 번역, 단행본 번역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그 중에서도 비즈니스 분야의 매뉴얼이나 팸플릿 번역이
가장 어려운 분야인 것 같다고 전한다.
번역가로 일하게 된 계기는?상명여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할 당시에 출판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당시에 아는 분이 성서 번역을 하고 계셨는데, 번역일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해서 하게 됐다. 번역도 출판의 일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를 전문적으로 번역하고 있나?인문·사회과학 분야 번역이다. 이 분야는 번역하려는 언어에 대한 문화와 사회적인 지식이 풍부해야 한다. 그리고 저자의 뉘앙스(어감의 미묘한 차이)까지 살려야 하기 때문에, 책을 한 권 번역하려면 수없이 읽어봐야 한다.
번역한 책 중에서 기억나는 것은?페루의 혼란한 정치적인 상황에서도 일상의 평화로움을 이야기했던 「빛나는 길」이라는 책이 기억난다. 그리고 자녀 교육에 관한 「아버지들이여,
지금 딸의 인생을 잡아줘야 합니다」라는 책이다.
번역가로 활동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경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은지?출판 번역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학력과 학벌이 중요하다. 아직까지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으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관련 대학이나 학원, 그리고 협회를 이용하면 좋을 것이다. 다만, 배우려는 기관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먼저 취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국번역가협회에서 주관하는 ‘번역능력인정시험’ 자격증은 일하는 데 꼭 필요한가?국가공인 자격증이 아니라는 것부터 알아야 한다. 때문에 꼭 자격증이 있어야만 번역가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연이나 인맥을 통해 번역가로 일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런 연줄이 없다면 자격증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자격증을 딴 사람 중에서 실력이 출중하면 협회에서 번역을 맡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바벨코리아는 협회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번역일을 의뢰하는 경우가 있다.
번역을 할 때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기자처럼 출판 번역도 마감이 있어서 시간에 좇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빛나는 길」 첫 장면이 목동이 해지는 무렵 소를 몰고 오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가장 어려웠던 단어가 ‘소방울’이었는데,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고생했다. 며칠을 고생하다가 ‘워낭’이라는 단어를 찾았을 때 너무나 기뻤다.
여성에게 번역가라는 직업은 어떤지?번역 사무실, 공기업, 대기업 등에서 번역가로 일할 수 있다. 번역가에게는 나이와 성별에 제한이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좋다. 특히 안에서 일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결혼이나 임신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리고 경력을 쌓으면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는 경로가 많이 생기기도 한다. 번역가는 여성에게 좋은 전문직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은?전문서적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안정효씨가 썼던 「번역가의 테크닉」이나 한국번역가협회에서 나온 「번역의 길라잡이」를 추천해주고 싶다.
글 / 최영진(객원기자) 사진 / 정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