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생각(반면교사 혹은 타산지석)/(펌/ 편집) 번역일반

언어에 문화를 담는 마술사 ㅡ 번역가

잔인한 詩 2010. 8. 29. 23:32
반응형



무슨 말인지 모를 외국어로 도배가 된 문서를 보고 우리나라 말로 척척 풀어 써 주는 사람들이 있다. 일명 번역가 라고 불리는 사람들! 영어로 된 문서 한 장, 아니 문장 하나에 진땀을 빼는 사람들에게 이런 번역가가 얼마나 위대해 보이는지 모를 일이다. 
그럼 이렇게 위대해(?) 보이는 번역가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을 하게 되었을까? 번역가의 세계로 퐁당! 빠져보자. 

번역가란?
우리말을 외국어로, 아니면 외국어를 우리나라 말로 번역해 주는 사람이 번역가이다. 그렇다면 모든 외국어를 다 번역할 수 있을까? 번역가가 있다면 통역가는 또 무엇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부터 해결해 보자.

번역가가 하는 일
번역가가 하는 일은 번역이다. 사전에는 ‘한 나라의 말로 된 글의 내용을 다른 나라말로 바꿔 옮김’이라고 나와 있다. 쉽게 말해서 영어로 된 것을 한국어로 바꾸거나, 한국어로 된 것을 영어로 바꾸는 일이라고 보면 된다.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각각의 언어마다 모두 번역가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오! 그렇다면 도대체 이들은 뭘 번역할까?

번역가의 활동 분야
번역가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데다,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재택근무로 할 수도 있다. 처음 재택근무를 시작하는 프리랜서의 경우, 일정하게 일이 주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조금씩 배우면서 명성을 쌓는 것이 몸값 높이기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문서야 기다려라, 번역가가 나가신다!
번역가는 특정 언어로 된 문서, 보고서, 전문서적 등을 번역한다. 기업에 번역사로 채용되면 회사원이지만, 전문적으로는 번역가가 되는 것이다. 회사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번역가를 채용하기도 한다. 무역을 하는 회사라면 상품을 수출하거나 수입하는 데 번역가가 서류를 작성하는 일을 하기도 하고, 외국계 회사라면 본사와 주고받는 문서를 번역하기도 한다. 
또한 외국 문학 작품을 우리나라에 소개할 때, 아니면 우리나라 작품을 외국에서 출판하게 될 때에도 번역가가 큰 몫을 하게 된다. 아무리 훌륭한 외국 작품이라고 해도 그에 걸맞는 번역이 있어야 그 감동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재미있는 번역일도 넘친다네~
서류나 문서 보는 일이 따분하다고? 그렇다면 문서가 아닌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영화를 보면서 일을 할 수도 있다는 말씀! 바로 영상 번역이다. 홍보용 비디오나 영상물, 영화 등을 보면서 외국어로 옮기는 일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문서를 빼놓을 수는 없다. 영상물에는 스크립트(script)라고 해서, 대본 같은 문서가 함께 주어지는데, 이 스크립트를 보고 번역을 해서 영상물에 더빙을 하거나 자막을 넣을 때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번역가의 일을 크게 분류해 보면 전문서류번역, 영상번역, 문화번역 등 세 가지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 서류나 기획서, 수출입 문서, 무역서신, 제품 메뉴얼 등을 번역하는 일이 전문서류번역에 속한다면 TV용 영화, 극장용 영화, 다큐멘터리, 만화, 뉴스 등에 사용되는 더빙용 또는 자막용 번역이 영상번역에 속하고, 소설이나 시, 수필 등의 문학 작품과 철학, 과학, 컴퓨터, 문화 등 각종 분야의 출판물이나 책을 번역하는 일이 문화번역이라 할 수 있다. 




나도 번역가가 될 수 있을까?

세계는 넓고, 언어도 수없이 다양하다. 게다가 글로벌화되고 있는 요즘 세상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외국어와 문화를 접하게 된다. 따라서 번역가에게는 그만큼 넓은 세상이 기다리고 있는 셈. 번역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 그 과정을 알아야 할 일.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번역가의 자질 

외국어 좀 하나?
어떤 외국어라도 좋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 다양한 외국어 중에서 모국어처럼 잘할 수 있는 외국어가 있어야 번역가가 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이는 없겠지? 남들이 봐서 잘 한다 하는 정도가 아니다. 단순히 말을 듣고 해석하는 능력이 아니라 문장을 보고 매끄럽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함을 기억해 둘 것!

한국어 좀 하나?
외국어만 잘한다고 번역가가 될 순 없다. '한국어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라고 묻는 사람, 분명히 있을 텐데 그런 수준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한국어에 능통할 뿐이지, 한국어를 잘하는 게 아니다. 번역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한국어는 문장을 올바르게 쓰고, 뜻을 전하며, 앞뒷말이 어색하지 않은 한국어다. 적어도 '글 좀 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너희가 문화를 아느냐?
문화를 알지 못하면 번역가가 될 수 없다. 일본어는 잘하지만 일본문화를 잘 모른다면 번역을 해 놓아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문화적 차이가 크면 클수록 오해의 소지가 많은 법이 아닌가?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어른에게 나이 적은 사람이 어깨를 두드리면서 격려하는 것은 건방진 일로 여기지만, 서양에서는 격려하는 차원에서 나이 적은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의 어깨를 툭툭 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런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하게 문장만으로 ‘어깨를 툭 쳤다’라고 해 놓는다면,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 되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전문지식이 있어야지~
전문적인 분야가 있다면 더욱 유리하다. 문학을 연구했다면 문학 번역가로, 과학을 연구했다면 과학서적이나 교육용 과학영화, SF물 등을 전문적으로 번역할 수도 있다. 또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 관련 잡지나 서적을 번역하는 데에 전문성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번역가 양성과정
번역가가 되는 길은 다양하다. 언어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번역가로서는 합격점이다. 하지만 번역가가 될 만큼의 언어능력이 있음을 증명하고 싶다면 자격증에 도전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번역가가 되고 싶은 사람을 위해서 사설 교육기관에서는 번역가 양성과정을 마련하고 있고, 사단법인 한국번역가협회(KST)에서는 매년 번역 능력 인정시험을 치르고 있다. 

번역 능력 인정시험
사단법인 한국번역가협회(KST) (유네스코 산하기구인 국제번역가연맹(FIT)의 한국 대표기관)에서 시행하는 번역 능력 인정시험에는 1급시험(직업번역 능력 인정시험), 2급시험(전문번역 능력 인정시험), 3급시험(일반번역 능력 인정시험)이 있다. 

▣ 시험일시 : 3급 - 매년 6, 10월 경 / 1·2급 - 매년 3월경 
▣ 대상언어 : 영어, 일어, 중국어 등 
▣ 응시자격: 해당 외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자로 학력, 경력, 연령 제한 없음 
▣ 시험방법 : 한국어를 외국어로 번역하는 것과 외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 중에서 택하게 되고, 외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분야를 택하게 되면 인문사회와 과학기술 중에서 한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


전공/진학/교육과정
번역가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진학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 같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번역가 지망생들은 대부분 대학에서 외국어를 전공하기 때문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제주대학교, 선문대학교, 부산외국어대학교, 서울외국어대학교 등에 설치되어 있는 통역번역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가장 전형적인 코스로 알려져 있다. 방송아카데미에 개설된 영상번역작가 과정, 각 대학 사회교육원의 번역작가 양성과정 등에 참여해 교육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외국에서 공부하면서 전문분야를 가진 경우나, 다른 분야를 전공하고 번역가가 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들은 다양한 분야의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외국어와 한국어 문장력을 겸비한 후, 번역가로 활동하기도 한다.

일본 문학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난주씨는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한 후, 일본에서 근대문학을 연구했다. 90년대 초반부터 문학번역 활동을 시작한 그는, 유미리의 <여학생의 친구>,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 <골드러시>,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하치의 마지막 연인>, <허니문> 등을 번역했으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렉싱턴의 유령>,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 등 수많은 일본 문학작품을 번역해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두 딸을 키우며 프리랜서 생활을 하고 있는 김난주씨는 주부이면서 번역가인 셈이다. 45세의 아주머니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어리고 맑은 목소리를 가진 김난주씨는 “우리가 공부할 당시만 해도 번역가를 전문직으로 여기지 않았죠.”라고 말한다. 우연한 기회에 일본 유학길에 접어들었고, 거기서 일본 문학을 공부한 다음 우리나라에 돌아오면서 몇몇 일본 서적을 번역하기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사실, 90년대 이전만 해도, 우리나라 직종이 세분화되지 못했고, 전문직에 대한 인식도 크지 않았던 탓이다.

 문학 번역가에겐 다른 번역가와 다른, 특별한 점이 있나요?
외국어와 모국어 실력은 기본으로 갖고 있어야 합니다. 풍부한 문화적 지식과 함께 감각을 갖고 있어야 하죠. 외국어 실력이 지식에 해당한다면 모국어 실력은 감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로 표현하는 것, 문학작품을 쓴 사람의 스타일을 우리나라 말로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도록 해야 하겠죠?

 문화적 소양과 종합적 지식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소설의 예를 들죠. 소설에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말들이 나오죠. 또는 소설 속의 인물이 가진 직업적 특성이나 사는 곳의 특성 등을 나타내는 단어도 많습니다.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소양을 갖고 있어야 작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문학 번역가에게 필요한 소양이 있다면?
외국어와 모국어의 언어능력은 기본이고, 풍부한 지식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언어가 가진 감성과 리듬을 이해해야 한다는 거죠. 언어에도 사고방식이 있거든요. 문화를 이해하는 것처럼 언어도 거기에 담긴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작품을 번역할 능력이 생깁니다.

 문학작품을 번역하는 과정은 어떤가요?
출판사에서 의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때에 따라서는 '이런 작품이 어떨지 검토를 좀 해 달라'고 요청하는 출판사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 책을 읽고, 우리 문화와 독자들의 성향에 맞는지를 검토하기도 하죠. 그 다음엔 의뢰를 받아서 스케줄을 짜고, 번역 작업을 합니다.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그 책을 읽어야 하죠. 그러니까 책읽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문학 번역은 하기 어려울 겁니다.


 유명 번역가가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저처럼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하게 되면 일거리를 찾아 나서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일거리가 나를 찾아오게 되죠. 조금 알려지게 되고, 자신의 전문분야가 생기면 여러 곳에서 의뢰가 들어오기 때문에 전문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문학 번역 지망생에게 하실 말씀은?
문학과 문화 전반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세요. 그리고 모국어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문장과 작품을 대해야 다른 나라 사람의 작품도 번역할 수 있습니다. 일할 때에는 집요한 성격이 되어야 하니까, 차분하고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더 좋겠군요.


취재, 글 편경애(자유기고가)




출처 : http://www.chunjae.co.kr/webzine/2004/1/pro.asp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