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생각(반면교사 혹은 타산지석)/(펌/ 편집) 번역일반

번역가가 된다는 것은 어떤 자질을 요하는가?

잔인한 詩 2010. 8. 29.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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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01
 번역가가 된다는 것은 어떤 자질을 요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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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가 된다는 것은 어떤 자질을 요하는가?                         

 

 


내 주변에는 번역가를 꿈꾸는 친구가 한 명 있다. 한 번은 친구와 진로문제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번역학과에 재학 중인 그 친구는 번역가로 사는 삶이 항상 2인자밖에 될 수 없다면서 안타까워했다. 학과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으로는 번역이라는 일이 자기가 직접 나서기보단 누군가의 말을 옮겨주고 바꿔주는 것이기 때문에 어디에서든 2인자로 여겨진다는 것이었다.

1인자니 2인자니 하고 따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친구의 말처럼 번역가를 2인자로 치부하기엔 그들이 가진 역량이 너무나 크고 영향력도 상당하다고 생각했다. 번역가에게 있어 작가적 상상력과 창의성, 자국 언어와 자국 문화에 대한 이해, 외국어와 외국 문화의 이해 등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이다. 이것만해도 번역가란 직업이 얼마나 폭넓은 지식과 언어능력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는데, 이런 능력들 이전에 번역가가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자질은 바로 번역물을 대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예를 잠깐 들자면, 작가에게 자신이 쓴 글은 자식과도 같다. 그 글이 잘 쓴 글이든 못 쓴 글이든, 장편이든 단편이든 일단 써낸 글은 버릴 수 없는 자식이다. 때문에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게 작가다. 번역가도 마찬가지라 본다. 번역물은 번역가의 얼굴이고 곧 자신이다. 따라서 번역을 할 때, 사람을 대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시작하면 어떨까.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번역도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꼭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하면서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번역이라는 분야에서 오랜 시간 행해져온 문학번역이나 최근 각광받고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 번역, 영상번역 등도 그 바탕은 사람에 있다. 번역을 하는 자도, 번역물을 취하는 자도 모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번역기가 발달함에 따라 사람의 손을 거쳐 번역되는 일은 점차 줄어들겠지만, 아무리 좋은 번역기라도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것만큼 질 좋은 번역물을 만들어내지는 못하리라 생각한다. 결국 모든 일에 있어서 시작과 끝은 사람이다. 작가는 자신의 글로, 번역가는 번역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사람을 대함이 독자층을 고려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독자층을 고려한 번역은 자신의 번역물을 접하게 될 독자의 연령 또는 관객의 수준에 맞게 어휘를 고르고 내용을 추가하거나 생략하기도 하는 등 최대한 수용자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이다. 즉 ‘저자를 독자에게 데리고 가는’ 번역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히 독자를 생각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번역물 하나하나에 사람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녹여보자는 것, 적어도 그렇게 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자는 것이다.

‘번역가는 태어나는 것일까, 혹은 만들어지는 것일까’의 물음에 한참 고민한 적이 있는데, 정말 훌륭한 번역가라면 이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갖춘 사람이여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굳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조건을 따지라면 후자를 꼽겠다. 만들어지는 것. 만들어진다는 것은 곧 번역가로서의 적절한 자질을 갖춘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번역가의 자질은 사람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무수한 개인의 체험과 시행착오 끝에 하나씩 갖추어진다. 때문에 번역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좋은 번역물은 원작을 뛰어넘는 작품성을 자랑하며 찬사를 받기도 하는데, 이것은 번역물이 원작의 속편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작품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번역은 다른 의미의 창조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새로운 창조품을 만들어내는 번역가들이야 말로 또 다른 1인자가 아닐까.


출처 : http://www.wreader.net/index.php?query=freetalk&numerals=245&PHPSESSID=2eab82efff864e097137054af81bf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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