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953

"문장을 사랑해야 좋은 번역이 나올 수 있죠"

황현산 고려대 교수 정년퇴임 기념 심포지엄 '번역-비평, 그리고 시' 열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좋은 번역을 하려면 문장에 대한 사랑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말을 먼저 만들고 거기 얽매여서는 오역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나를 비우는 정신적인 수양이 먼저 필요합니다. 그리고 번역의 일은 생각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임을 스스로 인정하길 바랍니다."(황현산교수) "교수님은 번역을 용각산에 비유하셨습니다. 이 소리도 아닙니다. 저 소리도 아닙니다. 주어진 소리를 부정하다 보면 참된 이미지가 얻어진다는 걸 그렇게 표현하셨죠."(권혁웅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 우리 문학 비평ㆍ번역의 큰 산, 황현산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가 두 달 뒤면 정년퇴임이다. 그에게서 받은 문학적ㆍ시적 세례의 은혜와 퇴..

번역가의 세계

2010.03.18 08:32 입력 / 2010.03.18 09:39 수정 외국 소설을 고를 때 아무래도 번역자부터 살피게 됩니다. 원서(原書)가 아무리 흥미진진하고, 상상력이 기발하다 해도 결국 우리가 읽는 건 한글 문장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름만으로 책을 고르게 되는 스타 번역가도 있죠. 외국 소설의 1차 독자이자 날렵한 문장을 빚어내는 문학 번역가가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아무나 될 수 있는 걸까요. 전업으로 나설 경우 전망은 괜찮을까요. 전문 번역가, 출판사 편집자 등에게 물었습니다. 직업으로서의 문학 번역가, 그 근수를 달아봤습니다. 글=신준봉 기자, 일러스트 강일구 외국어만 잘해선 어렵죠, 우리말 뛰어나야 좋은 번역 나온답니다 영어 200자 원고지 한장에 4000원 안팎 받아 ‘번역은..

번역과 연주의 공통점

기사입력 2009.09.18 15:21:09 | 최종수정 2009.09.19 09:00:20 글이란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 내려가면 되는 줄 알았다. 글쓰기가 얼마나 지적 소모가 많은 작업인지도 몰랐고 섬세하고 정교한 노력이 필요한 일인지도 몰랐다. 그래도 딴에는 낱말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공을 들이고 고치고 또 고치고 해보지만 결과는 언제나 불만스럽기 마련이다. 이달치 숙제는 무엇으로 메워야 하는가? 살을 다치지 않고는 빼낼 수 없는 낚싯바늘 같은 원고 마감시한을 어떻게 넘겨야 하는가? 피아노라면 하루 종일 치래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지만 글을 쓴다는 작업은 문외한인 나에겐 참으로 어려운 외도다. 2~3일을 끙끙거리며 서가 앞을 서성거렸다. `생각하는 갈대`라는 그럴듯한 주제가 떠오르면서 파스칼의 ..

번역가 정영목 ㅡ “세상 모든 일이 번역인지도 모르죠”

글 : 김혜리 사진 : 손홍주 (사진부장) | 2008.11.28 “세상 모든 일이 번역인지도 모르죠” 영화 에는 7과 1/2층에 자리잡은 사무실이 등장한다. 천장이 유독 낮은 이 방은 알고 보면, 타인의 몸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비밀 통로다. 번역가의 작업실을 상상하는데 퍼뜩 그 괴상한 방이 떠올랐다. 출판 번역가의 작업실이란 말하자면 독자의 방과 저자의 서재 사이 층계참에 포복한 셈이어서,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일쑤다. 역자의 작업은 저자의 머릿속에 들어가서 본 것을 독자들에게 전하는 일이다. 번역가 정영목의 작업실은 일산이다. 보통 회사원들이 직장에 도착할 즈음 집을 나서는 그는 15분을 걸어 친구의 연구소 한쪽에 자리잡은 책상에 앉는다. 그리고 커피와 인내심이 식지 않도록 주의하며 영..

자막 제작에 대한 작은 부탁 말씀 하나...

케니케니 2008-01-24 17:51:25, 조회 : 516, 추천 : 6 예전에 자막 제작의 표준에 대한 글을 봤는데요. 찾으려고 해도 못 찾겠네요.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맞춤법보다 전달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등. 이미도씨의 강의도 있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없네요. 가장 중요한 점으로 의역을 하더라도 전달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는 말이였는데요. 물론, 오역이 되면 절대로 안되겠지만.. 아마 그 중 하나가 한 컷에 자막의 글자 수 제한 이였던 것 같습니다. 수고스럽게 자막 제작해주시는 분들 (저도 해봐서 알지만 정말 노가다죠.)께 부탁 말씀 하나 드리자면.. 싱크를 나눠서, 한 자막 길이를 좀 줄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사팍 같이 미국 문화가 진하게 배어 나오는 영상들은 자막을 어떻게 제작하느냐..

요절복통 외화 번역 뒷얘기

[585호] 2003년 08월 03일 (일) 00:20:03 ▲ 영화 의 브래드 피트. 외화를 볼 때 영상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자막이다. 관객은 영상과 자막을 함께 보면서 때로는 재미를, 때로는 감동을 느끼게 마련이다. 외화 번역은 단순히 원문을 그대로 번역하는 ‘직역’이라고 봐서는 안된다. 정서적,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이해하기 힘든 대화를 한국적으로 변형시켜야 함은 물론이고 질펀한 성적 농담과 비속어도 능수능란하면서도 재치 있게 재구성해야 한다. 국내 유명 외화 번역 작가들에게 고난도의 번역작업에 대한 ‘그들만의 노하우’와 뒷얘기를 들어봤다. 많은 외화 번역가들은 “번역은 글자 수와의 싸움”이라며 “실제 원문의 약 30~40%는 번역과정에서 잘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긴 문장을 일일이 번역..

어이 상실 자막에 관객 대략 난감? ㅡ<마리 앙투아네트>의 과도한 유행어 사용 번역

의 과도한 유행어 사용 번역으로 불거진 자막번역의 문제점들 “대략 난감”, “겁나 피곤해요”, “가슴은 므흣하던가”, “완소 훈남”, “코디가 안티인가 봐”, “탄력받으셨어”, “어이가 상실되네”. 이상은 중·고등학생의 대화가 아니다. 인터넷 게시판을 장식한 말 역시 아니다. 에 등장한 자막들이다. ‘엽기, 고음불가, 빤따스틱’ 등의 단어들이 튀어나오는가 하면, 숙모들이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며 비웃듯 내뱉은 ‘She looks like a child’가 ‘언제 키워 잡아먹냐’로, 마리 앙투아네트가 아이를 가질 리 없다는 뜻에서 사용한 ‘This is not dangerous’가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요’로 둔갑한다. ‘This is ridiculous’를 ‘대략 난감이네요’로, ‘I’m exhauste..

이미도가 말하는 외화번역의 세계

세계일보 2004/12/01 이미도씨는 외화번역가를 ‘할리우드산 활어 요리사’라고 말한다. 외국에서 막 개봉된 영화를 재빠르게 가져다가 우리말로 바꿔서 관객 앞에 내놓는 일은 바다에서 낚아 올린 싱싱한 활어를 숨이 끊어지기 전에 회쳐서 식탁에 올려놓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는 외화 번역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관객을 위해 영화를 읽어준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과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않고 일하며, 무엇보다 일반인들보다 두세 달 앞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든다. 그러나 실제 그 직업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먼저 ‘활어’(외화의 언어)를 살펴보면 영화에는 분야별, 계층별, 인종별, 지역별, 장르별로 제각각인 어휘와 표현이 등장한다. 법조계 스포츠계 군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용어와 은어..

슬슬 시작할 때가 된 것 같다

몇 가지 변명; 네이버에서 티스토리로 이사 그보다 내 삶과 생각의 사막 등등 있겠지만.... 보이지 않는 알 수 없는 무언의 무형의 약속 그건 내가 정하고 내가 시작했기에 그걸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영화를 다시 시작해야될 듯하다. 이러다가 내용조차 다 까먹겠다. 제목으로 싸대기 날려란 몸빼를 입혀줬지만... 그건 임시대용이다... 샤워장에서 나온 이에게 수건을 걸쳐주듯이 교도소를 탈출하고 나온 이에게 아무 옷이나 걸쳐주듯이 이..내가 정한 제목이 어찌되든... 적어도 자막은 내 것이기에... 이 영화에 자유를 주고 싶다. 숨을 들숨날숨 그게 뭔지... 가리지 않고.. 생명력을 불어 넣어줘야한다... 무지와 현학의 오리무중 가운데서도...

막가는 영화자막 "해도 너무해"

#"난 완전 엄친아다" "고딩얼짱들에 완소남녀는 기본이다" "열라 좋다"(영화 'S러버'中) #"성격이 중요하다? 다 구라에요. 터질듯한 가슴과 육덕진 엉덩이가 남자를 붙잡는 확실한 무기죠" "얼굴 안습 아니네(You're not ugly at all)"(영화 '어글리 트루스'中) '제 2의 창작'이라고 할 만큼 어려운 번역. 의역과 직역 사이를 넘나드는 번역은 원본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에 적당한 선에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영화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제2의 창작'의 수위가 아슬아슬하다. 영화 자막의 특성인 '간결함'과 주 관람 층인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동시에 반영하려다 보니 지나친 의역뿐 아니라 유행어나 비속어까지 스크린에 공공연히 등장하고 있다. 영화 흐름을 이해하도록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