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조효제의 지도 없는 여행 /독일 대학에 온 지 한 학기가 지났는데 영화관에는 딱 한 번 가볼 기회가 있었다. 이라크전을 다룬 이 개봉되던 날 베를린 시내 포츠담 플라츠의 큰 극장을 찾아가 입장권을 끊었다. 조명이 꺼지고 화면이 뜨면서 독일말 대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주인공의 발성이 워낙 실감나는데다 목소리의 톤과 음색까지 너무 자연스러워 나는 미국 배우 맷 데이먼이 독일어로 연기를 하는 줄 알았다. 그만큼 더빙의 완성도가 높았다. 독일에서 외화를 원어 그대로 보려면 별도의 전문 상영관을 찾아가야 한다.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큰 나라들은 외화를 거의 모두 자국어로 녹음하는 ‘더빙파’에 속하고, ‘자막파’는 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