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좀 팔린다 싶은 책들은 대개 번역서다. 그래서인지 출판사들은 높은 선인세를 마다 않고 각종 번역서 잡기에 혈안이다. 요즘 같은 불황에 국내 저자를 발굴해서 한 권의 책을 내기까지, 그 지난한 작업을 견뎌내기에는 국내 출판사들의 내공이 그리 깊지 못하다. 쓸 만한 번역서 한 권이 ‘대박’, 아니 ‘중박’ 정도로만 이어져도 이보다 좋은 일은 없으니 출판사들의 한탕주의는 점점 깊어만 간다. 프랑스의 계몽 사상가 볼테르는 “번역으로 인해 작품의 흠은 늘어나고 아름다움은 훼손된다”고 했다. 제아무리 이중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해도, 모국어 이외의 언어가 지닌 사회성, 문화성, 역사성을 완전히 체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번역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포기하자고 말한들 이미 포기할 수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