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생각(반면교사 혹은 타산지석)/(펌/ 편집) 영상번역

한류 전파 선봉 ‘아리랑TV’ 영어감수팀… ‘번역’ 잘못하면 ‘반역’

잔인한 詩 2010. 9. 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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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입력 2006.10.27 17:33

"이거 관사가 틀린 것 아닙니까? 그리고 이 부분은 자막이 너무 길어요. 한 문장에 8단어 이상 들어가면 안됩니다." "과학 다큐멘터리는 먼저 웹에서 자료를 꼼꼼히 찾아봐야 합니다. 전문 용어가 많기 때문에 자칫 실수하면 엉뚱한 번역이 될 수 있어요." 

2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아리랑TV 1층 영상편집실. 수북히 쌓인 VCR 테이프와 산더미 같은 자료들 사이에서 영어감수팀원들이 화면을 응시하며 의견을 주고 받았다. 다른 한편에서는 감수가 끝난 제작 테이프에 자막을 타이핑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아리랑TV는 한국을 외국에 알리기 위해 1999년 첫방송을 내보낸 위성채널. 5대양 6대주 188개국 5300만 가구가 시청자다. 영어감수팀의 역할은 바로 우리 프로그램의 영어자막을 만드는 일. 한국 고유의 정서를 영어권 시청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일이 쉬울 리 없다. 자칫 '번역'이 '반역'이 될 수도 있다. 

감수팀의 하루는 번역작가들로부터 받은 초벌번역을 검토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아리랑TV에 원고를 보내는 번역작가는 모두 200여명. 이중 영어 작가가 140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어 40명,스페인어 30명,아랍어 10명 정도다. 

작가들로부터 받은 대본은 영상과 일치하는지 확인을 거친다. 이후 본격적인 감수 작업에 들어간다. 방송에 적합한 언어가 쓰였는지 미스 스펠링 등 오류가 없는지가 우선 검토대상이다. 통상 드라마 한편을 감수하는 데는 2시간 정도 걸린다. 그러나 장르에 따라 시간은 천차만별. 현대극이나 트렌디 드라마의 경우 상대적으로 번역이나 감수가 수월하지만 사극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구체적인 역사 배경에 대한 영어표현을 찾아야 하는데다 왕실 언어에 맞는 격식을 갖춰야 하기 때문. 

따라서 미국식 영어보다는 입헌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는 영국식 영어가 주로 사용된다. 폐하는 'your majesty',왕자나 공주는 'your highness' 'princess',상궁은 'lady'로 번역된다. 영의정 우의정 좌의정의 구분은 영어권 시청자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데다 자막문제로 직함을 길게 쓸 수 없기 때문에 모두 'minister'로 표현된다. 

번역 작가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표현은 뭘까? 김지혜 감수팀장은 "관사의 오류가 가장 많다"면서 "a,an,the가 한글 자체에 존재하지 않는 표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사를 얼만큼 잘 쓰느냐에 따라 영어의 퀄리티가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번역이 난해하긴 음식이름도 마찬가지. 자장면의 경우 'chinese noodle'로 나가지만 외국인들이 모르는 소고기 볶음밥은 'fried rice mixed with beef'이라는 다소 긴 이름으로 표현된다. 소주나 김치는 'soju' 'kimchi'로 쓰지만 막걸리는 'rice wine'으로 번역한다. 영화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의역이 많다. '밥 묵었나'는 표현도 'how are you'나 'hi'로 표현하지 'Did you eat something?'으로 직역하지 않는다. 

감수팀을 가장 곤혹스럽게 한 영화는 '황산벌'.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각종 지역 사투리에다 '거시기 하다'는 대사가 영화 내내 반복되기 때문. 반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영화도 있다. 다름아닌 김기덕 감독의 작품. "영상미를 중시하는 김 감독의 영화는 대사 자체가 적어요. 번역할 절대량이 줄어드니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요." 이영진 팀원의 말이다. 

영어의 대가들이 들려주는 영어 잘 하는 방법. "우선 영어를 어디에 쓸지 목적의식을 확실히 가져야 해요. '프렌즈'나 '섹스 앤더 시티' 등 시트콤을 좋아한다면 대본을 찾아서 한 배우 역할을 맡아 보세요. 그 배우가 대사를 할때 같이 말하는 훈련을 반복 하다보면 문장력도 생기고 상황에 따른 대처능력이 자연스럽게 늘어납니다." 

"단어만 외우면 절대 도움이 안됩니다. 문장 전체나 표현을 통채로 외워버리면 훨씬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어요. 명심할 것은 아는 영어를 말하면 안되고 들리는 영어를 말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민호 기자 aletheia@kmib.co.kr 

출처 : http://media.daum.net/culture/others/view.html?cateid=1026&newsid=20061027173308232&p=kukmin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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