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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ㅣ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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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가로자막 보편화되면서 줄당 2~3자 여유
ㆍ유행어로 의역은 분위기에 맞아야 효과
인터넷 공간을 떠도는 수많은 외국 영화와 드라마 등 불법 동영상에는 반드시 따라붙는 저용량 파일이 있다. 바로 한국의 누리꾼들이 만든 자막 파일이다. 이들은 영상 마지막쯤 자신의 아이디를 넣는 것에 만족할 뿐, 어떠한 금전적 이익도 취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이 만든 자막은 때로 전문가 뺨치는 실력을 보여준다.
ㆍ유행어로 의역은 분위기에 맞아야 효과
인터넷 공간을 떠도는 수많은 외국 영화와 드라마 등 불법 동영상에는 반드시 따라붙는 저용량 파일이 있다. 바로 한국의 누리꾼들이 만든 자막 파일이다. 이들은 영상 마지막쯤 자신의 아이디를 넣는 것에 만족할 뿐, 어떠한 금전적 이익도 취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이 만든 자막은 때로 전문가 뺨치는 실력을 보여준다.
◇압축의 기술=지난달 말 아마추어 번역가를 대상으로 한 ‘굿! 미디어 번역가 발굴 프로젝트’ 대회가 열렸다. 대기업이 번역가 선발 대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 263명이 응모해 최종 5명의 수상자가 나왔고, 1등에게는 영화 번역의 기회가 주어진다. 이 대회를 주최한 CJ엔터테인먼트 이창현 과장은 “인터넷에 미국 드라마 불법 파일 자막을 만드는 고수들이 많다는 데 착안해 대회를 열었다”며 “이들을 합법의 테두리로 끌어내는 동시에 젊은층의 기호에 맞는 맛깔난 번역자를 찾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심사에 참여한 이화여대 통번역센터 신지선 교수는 “영상번역가는 인맥에 의해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진입장벽이 높았다”며 “공개적인 데뷔 무대가 마련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자막의 핵심은 압축이다. 인터넷의 실력자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자막이 한 화면에 담기지 않고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긴 자막은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는 있을지언정, 감상에는 방해가 된다.
과거 영화에는 세로 자막이 대세였다. 세로 자막에는 한 줄에 8자, 2줄에 15자 안팎만 들어갔다. 가로쓰기 세대가 관객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극장 좌석이 개량돼 앞 관객의 머리가 화면 아래를 가리는 현상이 사라짐에 따라 가로 자막이 보편화됐다. 가로 자막은 세로보다 줄당 2~3자의 여유가 생겼다. 최근 영화 자막이 과거보다 상세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가로 자막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굿! 미디어 번역가 발굴 프로젝트’에서 1위를 차지한 프리랜서 번역가 박한나씨(25)는 “ ‘그때 겨우 4살이었다면 아무것도 모를 때잖아요?’라는 대사를 ‘4살인데 뭘 알아요’라고 줄여쓴 적이 있다”는 사례를 들려줬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등을 맡은 전문 번역가 김은주씨는 “자막은 ‘2행시’를 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남윤숙 이사는 “관객이 자막을 읽다가 화면을 놓치지 않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정숙한 추녀와 부정한 미녀=번역가들에겐 ‘정숙한 추녀(직역)인가, 부정한 미녀(의역)인가’의 문제가 항상 뒤따른다. 자막 번역도 마찬가지다. 특히 대중문화의 첨단을 달리는 영화, 드라마 등 영상물의 경우 원어의 유머와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 과감한 의역이 나오기도 한다. <박물관이 살아있다>에서는 당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쓰던 “옳지 않아!”라는 유행어가 나왔고, 어린 프랑스 왕비를 현대의 10대처럼 표현한 <마리 앙투아네트>에선 ‘훈남’ ‘대략 난감’ 같은 표현이 등장했다. <트랜스포머>는 첨단 현대 무기인 ‘레일건’을 ‘강철 미사일’로 표현했다. 때로 이 같은 표현들은 외국어와 해외 문화에 익숙한 관객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김은주씨는 “유행어를 쓰는 것은 나쁘지 않으나 영화의 장르, 분위기에 맞게 써야 관객을 극에 몰입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한나씨는 “전문용어를 되도록 정확하게 써야 한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영화와 드라마는 극소수의 마니아가 아니라 편안하게 관람하는 관객의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외 판매 영상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미국 스튜디오의 추세는 번역가들의 입지를 줄어들게 하고 있다. 기존엔 영화가 끝나면 바로 번역가의 이름이 나왔으나, 요즘엔 스튜디오에 따라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간 뒤에 넣게 하거나 아예 번역가의 이름을 빼도록 규정하기도 한다. 영상 유출을 우려해 필름 대신 인터넷 동영상으로만 영화를 보여주고 자막 번역을 의뢰하는 경우도 생겼다. 형체만 간신히 알아볼 정도의 영상일 경우가 많아 영화의 정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번역을 시작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창작이냐, 단순 전달이냐’의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것이 오늘날 번역가의 숙명이다.
자막의 핵심은 압축이다. 인터넷의 실력자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자막이 한 화면에 담기지 않고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긴 자막은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는 있을지언정, 감상에는 방해가 된다.
과거 영화에는 세로 자막이 대세였다. 세로 자막에는 한 줄에 8자, 2줄에 15자 안팎만 들어갔다. 가로쓰기 세대가 관객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극장 좌석이 개량돼 앞 관객의 머리가 화면 아래를 가리는 현상이 사라짐에 따라 가로 자막이 보편화됐다. 가로 자막은 세로보다 줄당 2~3자의 여유가 생겼다. 최근 영화 자막이 과거보다 상세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가로 자막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굿! 미디어 번역가 발굴 프로젝트’에서 1위를 차지한 프리랜서 번역가 박한나씨(25)는 “ ‘그때 겨우 4살이었다면 아무것도 모를 때잖아요?’라는 대사를 ‘4살인데 뭘 알아요’라고 줄여쓴 적이 있다”는 사례를 들려줬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등을 맡은 전문 번역가 김은주씨는 “자막은 ‘2행시’를 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남윤숙 이사는 “관객이 자막을 읽다가 화면을 놓치지 않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정숙한 추녀와 부정한 미녀=번역가들에겐 ‘정숙한 추녀(직역)인가, 부정한 미녀(의역)인가’의 문제가 항상 뒤따른다. 자막 번역도 마찬가지다. 특히 대중문화의 첨단을 달리는 영화, 드라마 등 영상물의 경우 원어의 유머와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 과감한 의역이 나오기도 한다. <박물관이 살아있다>에서는 당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쓰던 “옳지 않아!”라는 유행어가 나왔고, 어린 프랑스 왕비를 현대의 10대처럼 표현한 <마리 앙투아네트>에선 ‘훈남’ ‘대략 난감’ 같은 표현이 등장했다. <트랜스포머>는 첨단 현대 무기인 ‘레일건’을 ‘강철 미사일’로 표현했다. 때로 이 같은 표현들은 외국어와 해외 문화에 익숙한 관객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김은주씨는 “유행어를 쓰는 것은 나쁘지 않으나 영화의 장르, 분위기에 맞게 써야 관객을 극에 몰입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한나씨는 “전문용어를 되도록 정확하게 써야 한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영화와 드라마는 극소수의 마니아가 아니라 편안하게 관람하는 관객의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외 판매 영상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미국 스튜디오의 추세는 번역가들의 입지를 줄어들게 하고 있다. 기존엔 영화가 끝나면 바로 번역가의 이름이 나왔으나, 요즘엔 스튜디오에 따라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간 뒤에 넣게 하거나 아예 번역가의 이름을 빼도록 규정하기도 한다. 영상 유출을 우려해 필름 대신 인터넷 동영상으로만 영화를 보여주고 자막 번역을 의뢰하는 경우도 생겼다. 형체만 간신히 알아볼 정도의 영상일 경우가 많아 영화의 정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번역을 시작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창작이냐, 단순 전달이냐’의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것이 오늘날 번역가의 숙명이다.
출처 : http://news.khan.co.kr/section/khan_art_view.html?mode=view&artid=201002171724585&code=9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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