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04/11/04
어,이게 그 영화맞아?
지난 여름 국제선 비행기안에서 ‘laws of attraction’과 ‘13 going to 30’이라는 두 편의 로맨틱 코미디를 본 A씨. 최근 극장가에 개봉을 앞둔 두 영화 포스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주인공을 보니 어디선가 본듯도 한데 한국어 제목이 영 낯설었기 때문. 그도 그럴것이 이 영화들은 각각 ‘사랑에 빠지는 아주 특별한 법칙’과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다.
원래 제목과 전혀 다른 한국어 제목이 최근 몇년사이 로맨틱 코미디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something’s gotta give)’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the girl next door)’ ‘퀸카로 살아남는 법(mean girls)’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관계자들은 최근의 ‘∼법칙’ ‘∼딱 한가지’류의 긴 제목을 선호하는 경향은 잭 니콜슨 주연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의 성공 이후 활발해진 현상이라고 말한다.
‘글레디에이터(gladiater)’나 ‘터미네이터(terminater)’처럼 제목 자체가 영화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거나,‘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이나 ‘나홀로 집에(home alone)’같이 직역만 해도 될 때는 별 고민이 없다. 그러나 원제를 그대로 번역하면 영 어색할 경우 수입사의 고심은 시작된다. 제목은 영화의 첫 이미지이며 잘 지은 이름 하나가 흥행의 승패를 가를 수도 있기 때문. 이들은 영화의 주 타깃인 20∼30대 여성층에게 호소할 수 있는 감각적인 문구를 선보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짠다.
이렇게 산고끝에 태어난 제목이지만 때로는 다른 영화와 헷갈릴 정도로 비슷한 느낌이거나 작품 의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경우 역효과를 낼 때도 있다. 실제로는 단순 로맨틱 코미디 이상의 영화인데도 관객들로 하여금 ‘뭐 그 정도의 그런 영화’려니 하는 느낌을 갖게하기 때문이다. 너무 엉뚱하게 작명되거나 홍보차원에서 제목을 왜곡하는 경우 관객들의 따끔한 눈초리에 직면하기 십상이다. ‘제목 장사’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마당이니 영화 이름 잘 짓기,그것이 문제로다.
한승주기자 sjhan@kmib.co.kr
출처 : http://www.gurru.com/hanaboard/start.php?url=subject_view&page=49&url4=LTk5MA==&number=LTk5MA==&url3=Mg==&keyname=&key=&select_option=&array_name=name&array_ot=asc&category=&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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