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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블로고스피어] 전문번역가 블로거 김우열

잔인한 詩 2010. 9. 2.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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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segye.com/Articles/NEWS/ECONOMY/Article.asp?aid=20080407002174&subctg1=&subctg2=
기사입력 2008.04.07 (월) 21:27, 최종수정 2008.04.08 (화) 10:04
휴대전화 설계하다 전업…'시크릿' 옮긴 전문 번역가
  • 우리 주위에 블로거들은 차고 넘치지만 ‘전문가 블로거’는 아직 많지 않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 같은 척박한 한국의 블로고스피어이기에 오히려 그가 더 빛나는 지 모른다.

    전문 번역가 김우열(34)씨는 전문가 블로거 중 한 사람이다. 아마 번역가를 꿈꾸는 지망생이라면 한 번쯤 그의 블로그(http://blog.naver.com/ieol)나 그가 운영하는 카페(cafe.naver.com/transweekly)에 들어가 봤을 것이다. 

    그의 이름과 블로그가 생소한 사람이라도 무려 14주째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자기계발서 ‘시크릿’에 대해서는 들어봤을 것이다. 김우열씨는 바로 ‘시크릿’을 우리말로 옮긴 전문 번역가이다.

    ‘시크릿’을 비롯한 30여권의 영문서적을 번역한 그의 전공은 놀랍게도 영문학이 아닌 전자공학이다. 번역가의 길을 택하기 전까지 그는 ㈜모토로라의 휴대전화 설계 업무를 담당했다.

    독특한 이력을 지닌 그를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그가 일하는 회사 건물의 1층 커피숍에서 만났다. 

    ―경력이 독특하다. 전자공학 전공인데 영문 번역을 한다. 

      
    ◇자기계발서 ‘시크릿’ 등 30여권의 책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이자 파워 블로거인 김우열씨가 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커피숍에서 자신의 블로그와 번역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번역가 가운데 실제로 영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주위 번역가들도 보면 영문학과 전혀 무관한 전공을 한 사람들이 많다. 공학이나 경제·경영, 과학 등 (번역가의) 전공은 다양하다.”

    ―그래도 전자공학과 번역은 극과 극 같은데.

    “별 상관은 없다. 실제로 내가 일하면서 전공 분야 책을 번역하는 게 아니니까 거의 무관하다고 봐야한다.

    ―대학 때 과를 잘못 선택한 것 아닌가.

    (웃음)“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팬택이나 모토로라에서 휴대전화 설계하는 일도 나름대로 재밌었다. 그 일 자체가 적성과 맞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잘 맞았지만 일하면서 생각이 달라진 것 뿐이다. 

    ―직장 다닐 때보다 지금 삶의 만족도가 더 큰가.

    “그렇다고 해야겠지. (회사) 나와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회사 다닐 때 10년∼20년 뒤에 내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니 내 상사처럼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게 내가 원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

    틀에 박힌 조직생활이 갑갑했다는 식으로 들리지만 사실 그는 지금도 번역가들이 모여 만든 회사인 ‘바른번역’에 매일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

    그는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자유롭게 왔다갔다 하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바른번역)일이 중요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약간 미뤄둔 상태지만 때가 되면 자유롭게 움직이고 싶다”고 했다. 

    그가 멀쩡하게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게 한건 ‘명상’이었다. 1999년부터 시작한 명상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어 놓았다. 

    ‘내가 어떤 길을 가야 할까’ 고민하다가 2000년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 가서 MBA를 딸까하는 생각도 했다. “결국, 유학도, MBA도 내가 원하는 길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해, 번역을 하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소 생뚱맞은 귀결 같아 보이지만 번역가의 길로 들어선 계기는 단순했다. 그의 영어 실력을 잘 알고 있던 같은 명상 모임 회원들이 명상 관련서적 번역을 해보자는 제의를 했던 것. 번역에 대한 개념도 없이 아주 우연히 번역을 하게 된 셈이지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삶의 방향을 고민하던 그에게 그때의 어설픈 ‘첫 경험’은 강렬했던 모양이다.
    ◇전문번역가 김우열씨가 운영하는 전문 번역 블로그. 이 블로그에는 3300개가 넘는 번역물이 올려져 있다.

    그는 결국 2001년부터 정식 번역가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주간번역가(http://www.translatorsweekly.com)’라는 번역가 지망생 도움 사이트를 운영하며 회원들에게 월 2회 번역전문 뉴스레터를 유료 서비스했다. 이 사이트는 현재 회원 3780여명을 확보한 네이버 카페로 거듭났고 2004년부터 블로그도 개설해 꾸준히 블로깅을 하고 있다. 

    ―언제, 어떤 계기로 블로그에 관심을 갖게 됐나.

    “2004년 4월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블로그를 발견했고 새로운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사용하던 ‘주간번역가’ 홈페이지와는 다르게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아 시작했다. 

    그의 말대로 그의 블로그는 마치 일기장 같기도 하다. 그날그날의 단상부터 영어·우리말 공부 내용, 읽은 책 후기까지 ‘콘텐츠’가 매우 풍부하고 다양하다. 지난 1일에는 대면 인터뷰에 앞서 부탁받은 서면 인터뷰 후기를 이렇게 올려놓기도 했다.

    “며칠 전에 내게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나쁠 게 없는 일이라 그러자고 했는데, 서면 인터뷰라고 작성해 달라며 보낸 내용이 헉. 요즘처럼 숨 쉴 틈도 없는 내게 그걸 일일이 써서 달라니…. 아휴, 한다고 해놓고 안 하기도 그렇고.” 

    실제로 만나 그의 일상을 들어보니 바쁠만도 했다. 이르면 5∼6월 출간 예정으로 번역가에 대해 소개하는 책 집필 작업도 마무리 중인데다 본업인 번역도 하면서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한 ‘번역 아카데미’ 강사도 하는 등 벌여놓은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정이 아주 빡빡해도 블로깅은 멈추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안 하면 허전할 것 같다”는 게 이유다. 

    ―블로그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자 친구들(이웃 블로거들)과 소통하는 한가지 방법이다.”

    ―블로그에 투입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얼마나 되나.

    “아무래도 한 시간 이상은 무리다.”

    ―블로그 포스팅은 정기적으로 하나.

    “최소 하루에 하나씩은 쓰려고 한다.”

    실제로 그는 현재 3300개가 넘는 글을 올렸고 스크랩 된 횟수는 무려 3600회가 넘는다. 그가 ‘부대표’로 있는 ‘바른번역’ 회사 홈페이지에 소개된 그의 프로필 중 ‘스타일’칸에는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글, 감성적이고 매끄러운 글, 재기발랄하고 유머러스한 글”이라고 나와있다. 어쩌면 분석적이고 논리적이면서도 감성적인 글을 쓸수 있는 것은 전자공학을 전공한 전문 영문 번역가의 장점일지도 모른다. 

    자연스레 번역 얘기가 나오자 그의 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은 번역을 보는 시각이 전체적으로 고정되어 있다”며 “대중들은 원문에 충실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고 심지어 번역가를 지망하는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무조건 원문에 충실한 것은 옳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어떤 책이냐에 따라 문체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분야의 번역이 제일 잘 맞는것 같나.

    “앞으로 가장 하고 싶은 분야는 문학이다.”

    ―문학은 너무 어렵지 않을까.

    “어렵다. 특히 정통 문학 번역은 굉장히 어렵다. 책을 쓰는 사람도 그렇고 번역 하는 사람도 그렇고 공이 많이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꿈을 물어보니 “일본이나 독일 얘기 들어보면 번역가 대우가 우리나라와 많이 다른 것 같다”며 “번역가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만 해도 출판시장이 우리나라보다 큰 데다 책 읽는 인구도 많아 번역가의 영역이 확고하다는 의미이다. 그는 “독일에서 번역가는 예술가 대접을 받는다고 하더라”며 “번역가가 좋은 대우를 받으려면 우선 번역의 질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김용출·김태훈·김창덕·김보은 기자

    kimgija@segye.com

    ◆프로필

    ●1974년 출생

    ●1993년 서울 휘문고 졸업

    ●1997년 연세대 전자공학과 졸업
    ●1997년 ㈜팬택 입사

    ●2000년 ㈜모토로라 입사·퇴사 

    ●2001년∼현재 번역가로 활동 중

    ●〈시크릿〉 〈평전 마키아벨리〉 등 30여권 번역

    ◆김우열이 제안하는 좋은 블로거가 되기 위한 팁

    1.유쾌한 인간이 되자. 우울한 블로그에 가고 싶은가.

    2.화장은 적당히. 새로운 모습도 좋지만 지나치면 ‘내’가 아니게 된다.

    3.거북이 전략이 좋다. 꾸준히 오래하면 이런 인터뷰 요청도 들어온다. 

    4.큰 주제는 2∼3 가지로 압축하자. 너무 많이 다루면 산만하다.

    5.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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