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생각(반면교사 혹은 타산지석)/(펌/ 편집) 번역일반

번역가가 되기 위해서

잔인한 詩 2010. 8. 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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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외국어는 쉽게 이해가 되니까 번역도 간단히 되리라 생각하고 막상 번역을 시작해 보면 생각과는 달리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째서 그런가 하고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만 그런 기분을 십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읽는다는 것은 수신(受信)하는 것입니다. 가만히 앉아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번역한다→쓴다〉는 것은 발신자의 행위입니다. 발신자의 행위에는 어떤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것저것을 고려하고, 상상력을 동원하거나 고안해 내지 않으면 안됩니다.
 

번역가는 작가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외국어로 쓰여진 작가의 심정을 우리말로 읽는 독자를 위해서 쓰는 것입니다. 이 작업을 하는 사람이 번역가입니다. 자기 혼자만 알거나 알기 위한 정도의 것이 아니라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을 써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퇴고(推敲)가 필요합니다. 퇴고는 독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문장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독선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는가? 
누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인가? 
객관적인 눈으로 자신의 문장을 볼 수 있어야만 비로소 한 사람의 번역가로서의 몫을 담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퇴고의 단계로 비약했습니다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번역의 전제조건은 원문을 읽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외국어의 이해력은 많은 노력 없이는 결코 생길 수 없습니다. 무조건 많이 읽어야 합니다.
 

읽을거리라면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자기가 읽고 싶은 분야를 읽으면 됩니다. 동화(童話)가 좋다면 동화를, 추리소설, 문학작품, 전기(傳記)도 좋고, 수필을 좋아하면 수필을, 잡지 읽기를 좋아하면 그것을 읽으면 되는 것입니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니까 덩달아 읽는 것은 중도에 싫증을 느끼기 쉽습니다. 중도에서 포기하게 되면 자기는 끝까지 읽어낼 수 없다고 하는 열등감만 남게 됩니다. 

영문법에 대한 실력이 부족해서 아무래도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는 사람은 없습니까? 이런 사람은 다시 영문법을 복습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영문법의 책을 펴서 자신 없는 부분을 복습해 보면 머리 속이 정리되어 한결 쉬워질 것입니다. 한 번 공부했던 것이므로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될 수 있는 일입니다. 
영문법 책은 되도록 내용이 풍부하고 권위 있는 것을 고르도록 하십시오.

 

우리 글 문장을 많이 읽고 쓰는 것도 중요합니다. 반드시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깔끔하지 못한 문장은 아무리 많이 읽어도 공부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흉내를 내게 되어 해로울 뿐입니다. 
좋은 문장을 읽고, 그 좋은 점의 본을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친구가 먼 곳에 있는 사람은 그 친구에게 편지를 쓰십시오. 
일상 생활 가운데서 주제를 찾아 수필을 써 보는 것도 문장력을 기르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번역에 대한 이론을 아무리 많이 알고 있어도, 그것만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론은 잘 알아서 다른 사람의 번역문에 트집을 잡는데는 능해지고, 입으로는 번역 전문가가 될지는 모르나 스스로 좋은 번역문을 직접 써보지 않고서는 번역력 향상에는 소용없는 일입니다.

차근차근 연습해 나가십시오. 원문의 스타일은 다양합니다. 
어떠한 문체를 만날지라도 거기에 어울리는 번역문을 쓸 수 있는 번역가가 이상적인 번역가입니다.

 

번역 공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조금 해보아서는 그 비법을 터득할 수 없습니다. 
비단 번역만이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어떤 일이라도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빨리 능숙해지지 않는다고 초조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끈기 있게 공부를 계속하는 사람이 최후의 승리자가 됩니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은 능숙하게 잘해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좋아해서 자주 하게 되면 어느 틈엔가 능숙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얼굴을 찡그리고 마지못해 공부해서는 아무 보람이나 성과도 나오지 않습니다. 
싫어하는 것을 무리해서 할 일은 아닌 것입니다.

번역 공부는 많은 시간을 요하는 것이므로 공부 그 자체를 즐기는 마음이 없으면 오래 계속하지 못하게 됩니다. 적당한 분량을 정해 놓고 매일 계속해서 끈기 있게 작업의 과정 자체를 즐기도록 하십시오.

이를테면, 번역 작업은 그 자체가 공부의 연속입니다. 공부는 대충하고 빨리 전문 번역가가 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프로가 되고 난 뒤에 매일 계속되는 번역 작업이 지겨워서 견딜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번역 공부 자체와 그 공부를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바랍니다.

 

번역가는 원문의 참 뜻과 원문에 나타나 있는 분위기를 정확하게 전달함은 물론이고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문장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첫째 조건입니다.

한 권의 책은 분량이 꽤 많습니다. 번역을 시작해서 끝낼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시일이 걸립니다. 그 동안 번역자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변화로 해서 번역문의 일관성까지 없어져서는 곤란합니다. 설사 변화가 없다 할지라도 처음의 톤(tone)을 마지막까지 유지시키는 것은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일관성 있는 번역문을 완성해야 합니다. 이것이 두 번째의 조건입니다.

한 권의 책을 마무리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서도 안됩니다. 어느 정도의 속도를 가지고 번역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제 3의 조건입니다.

이 밖에도 책의 출판담당 편집자와 순조로운 작업 진행을 위한 협조성과 사교성 등도 요구됩니다. 이런 협조성과 사교성은 비단 번역가가 아니더라도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갖추고 있어야할 기본적인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 http://www.sj-study.com/menu_02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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