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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 우먼'의 中 제목은 '치정에 빠진 남녀'

잔인한 詩 2010. 8. 2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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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6, 15:29:01] 온바오    

재미있게 살펴보는 한-중 영화 제목

▲ 영화 '굿 우먼'의 중국 포스터(왼쪽)과 한국 포스터(오른쪽)


외국 영화가 중국에서 개봉되면 대체 어떻게 제목이 바뀔까?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청년보(北京青年报)가 외국 영화 작명의 성공, 실패 사례를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소개된 영화들을 한국에서 상영된 제목과 비교해보자. 

◆ ‘치정에 빠진 남녀’ = 에로영화?

최근 중국에는 ‘痴男怨女(츠난위안뉘)’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됐다. 한국어로 직역하자면 ‘치정에 빠진 남녀’ 정도가 된다. 왠지 음탕한 불륜의 내용을 담고 있을 것 같은 이 영화의 원제목은 사실 ‘A Good Woman’이며 한국 제목은 '굿 우먼'

오스카 와일드의 ‘윈드미어 부인의 부채’(Lady Windermere’s Fan)를 원작으로 한 코미디 멜로물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痴男怨女’이라고 하여 거의 에로영화의 수준이 변신해 버렸다. 베이징청년보는 이 제목을 “최근 개봉된 영화중 가장 실패한 제목”으로 꼽았다.

그럼 이 영화가 한국에서는 어떤 제목으로 소개됐을까? 원제목을 그대로 살려 ‘굿 우먼’으로 개봉됐다. 12세 이상 관람가. 

◆ ‘헐리우드 영화’임을 부각시켜라

미국에서는 2003년 개봉되었고 중국에는 2005년 소개된 영화 ‘View from the Top’. 스튜어디스의 일상을 유쾌하게 그린 기네스 펠트로 주연의 영화로, 중국에서는 ‘美国空姐(메위궈 쿵제)’로 제목이 바뀌었다. ‘미국 스튜어디스’라는 뜻.

베이징청년보는 이 제목을 “상업적으로 성공한 제목”으로 꼽았는데, 그 이유는 空姐(쿵제, 스튜어디스) 앞에 굳이 美国(미국)을 붙였기 때문. 이 제목을 만들어낸 베이징 신잉롄영화라인(北京新影联院线) 가오쥔(高军) 씨는 “얼핏 봐도 헐리우드 영화인 것을 알 수 있도록 ‘미국’을 추가했다”며 “중국에서는 헐리우드 영화인 것이 제대로 알려지면 박스 수입이 20~30% 증가한다”고 밝혔다.

가오 씨는 당시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 ‘아메리칸뷰티(American Beauty, 중국에는 美国丽人으로 소개)’와 연상 작용을 일으키려는 의도도 있었으며, 그냥 ‘스튜어디스’라고 하면 다큐멘터리나 교육용 영화로 오해받을 우려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럼 이 영화가 한국에는 어떻게? 역시 원제목 그대로 ‘뷰 프럼 더 탑’으로 소개됐고 흥행에는 참패했다. 중국 영화수입사 직원의 센스가 더 빛났던 것 같다. 

◆ 중국 ‘대교에서 혼이 끊어지다’ VS 한국 ‘애수’

1996년 1편이 개봉된 후 지난해 개봉된 4편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인기를 모은 영화 ‘미션 임파서블’. 이 영화는 중국에 ‘碟中谍(뎨중뎨)’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는데, 직역하자면 ‘디스크(disk)를 지닌 간첩’쯤 될 것이다. 아마 1편에서 톰 쿠르즈가 정보를 빼내기 위해 잠입하는 내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청년보는 이 제목을 “비록 3글자에 불과하지만 간단명료해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며 성공 사례로 꼽았다. 

또한 1차대전을 소재로 한 고전적 명작 ‘Waterloo Bridge’(로버트 테일러, 비비안 리 주연, 1940년작)은 중국에 ‘魂断蓝桥(훈돤란차오)’으로 전해졌는데 ‘대교에서 혼이 끊어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국에는 ‘애수’라는 제목으로 전해졌는데 중국은 이 영화의 전쟁영화적인 성격을, 한국은 멜로영화적인 성격을 강조한 점이 흥미롭다. 

베이징청년보는 이 영화의 중국어 개명에 대해 “영화의 핵심을 철저하게 파악하면서 중국 시장과 어울린 이처럼 우수한 번역이 매우 드물다”며 ‘최고급’으로 칭찬했다. 

◆ “홍콩과 타이완의 제목은 저속해”

한편 중국은 같은 영화를 놓고도 대륙과 홍콩, 타이완 등 지역에 따라 각각 제목이 다르게 개봉되는 경우가 있다. 수입사와 심의기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 대륙에서 ‘스미스 행동(史密斯行动)’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영화는 홍콩에서 ‘스미스 남편과 스미스 아내의 결전(史密夫决战史密妻)’이라는 이름으로 개봉되었다. 눈치 챘겠지만 이 영화의 원제는 Mr. & Mrs. Smith’(2005년작)이며, 한국에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라는 이름으로 개봉되어 인기를 끌었다. 

또한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A Walk In The Clouds'(1995년작)는 한국에 ‘구름 속의 산책’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는데, 중국에는 세 가지 버전으로 소개되었다. 

구름 속의 자유로운 발걸음’(云中漫步)’, ‘진정한 사랑의 풍채(真爱的风采)’, ‘구름 가에서의 자유로운 발걸음(漫步在云端)’ 등. 맨 앞에 것은 중국 대륙, 두 번째는 홍콩, 세 번째는 타이완에서의 제목이다. 

베이징청년보는 이러한 영화 제목 바꾸기 사례를 소개하며 “홍콩과 타이완의 작명 수준은 대륙에 비해 고상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신문에 따르면 홍콩은 주로 ‘호랑이 담(虎胆)’, ‘위풍이 있는 용(威龙)’, ‘생명을 빼앗는(夺命)’ 혹은 ‘놀란 혼(惊魂)’ 등 영화와는 별다른 상관이 없는 미사여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타이완 역시 ‘추격령(追缉令)’, ‘총동원(总动员)’ 등 과장된 제목이 많다는 것.

신문은 “중국의 영화 전문가들은 외국 영화의 제목을 중국어로 번역한 것에 대해 50점 정도의 만족도를 표시한다”면서 “영화 이름을 잘 짓지 못해 관객들을 오히려 문 밖으로 쫓아내는 영화들도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온바오 한성훈]
출처 : http://www.onbao.com/news.php?code=&m=&mode=view&num=14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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