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번역 5

[장동석의 부커홀릭] 번역을 위한 별명

국내에서 좀 팔린다 싶은 책들은 대개 번역서다. 그래서인지 출판사들은 높은 선인세를 마다 않고 각종 번역서 잡기에 혈안이다. 요즘 같은 불황에 국내 저자를 발굴해서 한 권의 책을 내기까지, 그 지난한 작업을 견뎌내기에는 국내 출판사들의 내공이 그리 깊지 못하다. 쓸 만한 번역서 한 권이 ‘대박’, 아니 ‘중박’ 정도로만 이어져도 이보다 좋은 일은 없으니 출판사들의 한탕주의는 점점 깊어만 간다. 프랑스의 계몽 사상가 볼테르는 “번역으로 인해 작품의 흠은 늘어나고 아름다움은 훼손된다”고 했다. 제아무리 이중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해도, 모국어 이외의 언어가 지닌 사회성, 문화성, 역사성을 완전히 체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번역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포기하자고 말한들 이미 포기할 수도 없다. ..

전문번역가 ‘전문’을 밝혀라

경향신문|2010-07-02 17:44:10 "전문번역가라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야?" 한 선배가 뜬금없이 질문을 던졌다. 불만어린 말투였다. 최근 읽은 번역서에 문제가 좀 있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 이러저러한 설명을 했더니 선배는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은 전문번역가라기보다는 전업번역가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야?"라고 되물었다. 번역서 비중이 높은 한국 출판계에서 번역가들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뉜다. 먼저 교수 등 전문연구자를 들 수 있다. 번역계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전문학술서 분야로 축소되는 추세다. 두번째는 기자, 금융기관 종사자 등 각자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관심분야에 관한 외국책을 번역하는 경우다. 마지막은 번역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해외..

"문장을 사랑해야 좋은 번역이 나올 수 있죠"

황현산 고려대 교수 정년퇴임 기념 심포지엄 '번역-비평, 그리고 시' 열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좋은 번역을 하려면 문장에 대한 사랑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말을 먼저 만들고 거기 얽매여서는 오역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나를 비우는 정신적인 수양이 먼저 필요합니다. 그리고 번역의 일은 생각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임을 스스로 인정하길 바랍니다."(황현산교수) "교수님은 번역을 용각산에 비유하셨습니다. 이 소리도 아닙니다. 저 소리도 아닙니다. 주어진 소리를 부정하다 보면 참된 이미지가 얻어진다는 걸 그렇게 표현하셨죠."(권혁웅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 우리 문학 비평ㆍ번역의 큰 산, 황현산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가 두 달 뒤면 정년퇴임이다. 그에게서 받은 문학적ㆍ시적 세례의 은혜와 퇴..

번역가의 세계

2010.03.18 08:32 입력 / 2010.03.18 09:39 수정 외국 소설을 고를 때 아무래도 번역자부터 살피게 됩니다. 원서(原書)가 아무리 흥미진진하고, 상상력이 기발하다 해도 결국 우리가 읽는 건 한글 문장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름만으로 책을 고르게 되는 스타 번역가도 있죠. 외국 소설의 1차 독자이자 날렵한 문장을 빚어내는 문학 번역가가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아무나 될 수 있는 걸까요. 전업으로 나설 경우 전망은 괜찮을까요. 전문 번역가, 출판사 편집자 등에게 물었습니다. 직업으로서의 문학 번역가, 그 근수를 달아봤습니다. 글=신준봉 기자, 일러스트 강일구 외국어만 잘해선 어렵죠, 우리말 뛰어나야 좋은 번역 나온답니다 영어 200자 원고지 한장에 4000원 안팎 받아 ‘번역은..

번역가 정영목 ㅡ “세상 모든 일이 번역인지도 모르죠”

글 : 김혜리 사진 : 손홍주 (사진부장) | 2008.11.28 “세상 모든 일이 번역인지도 모르죠” 영화 에는 7과 1/2층에 자리잡은 사무실이 등장한다. 천장이 유독 낮은 이 방은 알고 보면, 타인의 몸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비밀 통로다. 번역가의 작업실을 상상하는데 퍼뜩 그 괴상한 방이 떠올랐다. 출판 번역가의 작업실이란 말하자면 독자의 방과 저자의 서재 사이 층계참에 포복한 셈이어서,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일쑤다. 역자의 작업은 저자의 머릿속에 들어가서 본 것을 독자들에게 전하는 일이다. 번역가 정영목의 작업실은 일산이다. 보통 회사원들이 직장에 도착할 즈음 집을 나서는 그는 15분을 걸어 친구의 연구소 한쪽에 자리잡은 책상에 앉는다. 그리고 커피와 인내심이 식지 않도록 주의하며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