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생각(반면교사 혹은 타산지석)/(펌/ 편집) 문서번역

한국에서 번역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잔인한 詩 2010. 9. 2.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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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서평/독서법 2008/11/07 11:05

'대한민국에서 번역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삶일까?

요즘 취업난이 심하다보니 다들 외국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게 외국어를 능통하게 된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원서를 번역해서 책으로 출간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번역사로서의 돈벌이가 시원찮다.

그러다 보니 능력에 비해 대우도 제대로 받지 못하곤 한다.

번역사의 초봉은 그 사람의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연간 2천만원 넘기기가 쉽지 않다. 이에 비해 통역사 초봉은 최소 3천만원에서 4천만원 가량 선이다. 경력이 높아지면 그 갭의 차이가 더 벌어진다. 그러다보니 통역사들의 이미지는 높아진 반면에 번역사들은 찬밥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국에서 번역가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대단히 춥고 배고픈 일이다. 그러나 웃긴 것은 말로 떠들었던 내용들은 대부분 사라지지만 글로 남긴 책은 오랫동안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즉, 통역사보다 번역사가 더 나은 대우를 받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다는 말이다. 아니면 최소한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번역사에게 있어 참혹하기 마저 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번역작가 김우열씨가 '나도 번역 한 번 해볼까?'라는 책을 썼다. 그는 여러 책을 번역다. 하지만 특히 초대형베스트셀러 '시크릿'의 번역자로 더욱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번역가를 꿈꾸는 예비 지망생들을 위해서 책을 쓴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 대한 신랄한 혹평에서부터 찬탄까지 여러가지 반응이 보인다.

먼저 신랄한 악평이다. 관련 업계에 계시는 분인데 이 책의 광고 카피를 보고 열 받아서 서평을 적으신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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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체 글쓰기를 싫어하는지라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을 쓴 게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나이지만, 오늘 이 책의 광고를 보고 하도 어이가 없어 글을 남기게 된다. 먼저 밝히고 싶은 것은 난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광고 카피와 내용이 원체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지라 광고에 소개된 잘못된 정보에 낚이는 사람이 없으면 하는 심정에 글을 남긴다.

해서 상품 평가에 대한 나의 평은 책에 대한 평이라기보다는 이 책을 팔려는 출판사의 후진 마인드에 대한 평임을 먼저 밝힌다. 더불어 이 책이 번역자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가능성 역시 부인하지 않는다는 점도 밝힌다.
 
"월 평균 400만 원, 유망 전문직/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를 헤드 카피로 놓고 기사식으로 쓰여진 광고는 이 땅에서 번역자로 산다는 것이 마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신 직종인 양 이야기하고 있다. "초기 투자 자본 없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최고의 전문직, 번역가 되는 법"이란 서브 카피를 달며. 하지만 출판을 업으로 10여년간을 살아왔던 내게 이는 사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일이다.

번역 일은 '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 하는 정도의 마인드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이유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출판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최근의 번역을 둘러싼 논쟁들을 살펴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안타깝게도, 정말 안타깝게도 우리 현실에서 밥벌이 수단으로 번역 일을 한다는 게 몇몇 뛰어난 번역가가 아닌 이상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점이다. 내가 아는 한 전문 번역자의 경우(이분의 경우 출판사들에서 a급 번역자로 인지되고 있음에도) 밥벌이 때문에 번역을 하는 틈틈이 과외를 하는 실정이다(참고로 이분은 자는 시간도 아껴가며 1년에 4권 정도 번역한다). 

출판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 만한 간단한 수식을 적용해보자. 광고에서 이야기하듯 월 평균 400만 원을 버는 번역자라면, 영어 번역의 경우, 그것도 a급 번역자가 받는 200자 원고지 한 매당 4000원을 적용했을 때, 매월 1000매, 1년간 12000매 분량을 번역해야 한다. 매달 책 1권씩 12권을 출간해야 벌 수 있는 돈이라는 얘기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까. 편집자들이 오역과 난문들을 일일이 뜯어 고쳐가며 완성해야만 하는 번역이 아니면서도 1년에 12,000매 정도를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이 말이다. 그런데 "50세 이후에 데뷔해 70세 넘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 '번역가'. 다양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실전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번역 입문 노하우를 담은 [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는 지금 이직을 꿈꾸거나 취업 준비 대학생들을 위한 든든한 대안이 되어줄 것이다"라니...
 
누구나 자신이 출판한 책이 독자들에게서 소통되고 널리 읽혀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독자는 고기가 아니다. 낚여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광고의 성격상 더 포장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도라면 그것은 광고가 아니라 사기다.
지은이는 선의로 번역자가 될 사람들을 위해 유용한 정보를 담은 책을 한 권 세상에 내놓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출판사가 그것을 도와주어야 마땅한 일이지, 책 한 권 더 팔기 위해 이렇듯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가...

출판계에서 함께 밥을 먹고 있는 동업자로서 이러한 지적을 한다는 데 마음 편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허위 광고에 낚여 책을 사본 사람이, 그리고 책을 보고 번역자의 꿈을 키워 번역자가 된 이후에 자신이 낚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이 출판사를 불신하고, 출판계를 불신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장담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정말이지, 최악이다. 출판사에 당부한다.
두 번 다시 그런 광고를 보지 않게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번역자를 꿈꾸는 분들에게 간곡하게 말씀드린다. 번역 일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출판계는 더 많은 번역자들이 유입되길 바라지만 편집자들 선에서 일일이 수정되어야 하는 수준 미달의 번역자라면 없는 편이 낫다. 실제 원고를 담당했던 편집자가 아니면 번역의 질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이기에 번역자의 수가 아무리 많아도 검증된 번역자에게로만 일이 몰리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출처; 인터넷서점 YES24의 '나도 번역 한 번 해볼까'의 도서 서평중에서...


동종업계에 근무하시는 분으로서 다소 독하다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나 역시 몇몇 도서에 악의적인 서평을 남겼기에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부분도 있다. 사실 내가 남긴 최악의 악평이 도서 '시크릿'이었다. 그런데 김우열 작가는 '시크릿'을 번역한 작가였다. 그래서 미안했다. 그렇지만 같이 만나 차 한잔 나눌 수 있었다는 여유로움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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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현직에서 재직하고 있는 번역작가의 서평이다. 이 분 역시 재목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본인의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신 분이다. 글을 읽기 전에는 호감을 느끼지 못했지만 결국 공감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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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재 5년 차 번역가입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경로 중 하나인 번역회사를 통해 시작했다가 4년 전부터는 출판사와 직거래하기 시작하면서 주로 소설 분야를 번역해 오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번역가로 살아왔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과연 잘 선택한 것인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그만큼 번역가로 산다는 것이 고단하기 때문이죠.

사실 저도 이 책의 광고 문구를 보고 처음에는 불안했습니다. <시크릿>으로 유명해진 번역가가 이참에 돈 좀 벌자고 만들어낸 이벤트성 책이 아닐까 싶었죠.

<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라는 제목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번역은 그렇게 재미삼아, 혹은 부업삼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단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출판사의 광고야 어찌 됐건,이 책에는 번역에 관한 중요한 것들, 지금껏 어느 누구도 체계적으로 이토록 자세히 담지 못했던 것들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오히려 번역을 업으로 삼은지 5년이 넘은 저한테  번역이라는 것을, 번역계를 다시 돌아보게 해주는 책이더군요.
(어떤 면에서는 번역지망생보다 현직 번역가가 봐야 할 책인 듯싶네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모두 사실입니다. 즉, 이 책에 제시된 '번역가로 입문하는 방법'들은 실제로 현재 번역계로 들어오는 방법들이며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그런 사실들이 너무나 생소할 겁니다.
(실질적인 의미도 없는 번역학원 사설시험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이 책은 번역에 관한 궁금증을 99퍼센트 이상 풀어주고 있습니다. 그 점이 바로 이 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이며 저자 김우열 씨가 이 책에 쏟아부은 열정의 징표입니다.

단순히 '번역하면 대체 얼마나 번데'라는 값싼 호기심이 아니라 번역가가 되려는 진지한 의지와 고민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이 책은 정말로 귀한 정보의 보고인 셈입니다. 번역에 입문하려는 사람이라면 부디 이 책의 겉만 핥지 말고 그 속에 담긴 깊은 뜻을 읽어야 할 겁니다. 

물론 '웬만큼 실력만 쌓이면(인정 받으면) 월 4~5백만원의 수입이 가능하다'라는 광고만 보면 번역이 아주 만만한 일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밑에 서평 올리신 분들의 글을 보니 이제라도 당장 번역에 뛰어들면 금방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데 부디 그런 생각은 접어주세요. 그 광고 문구만 철썩같이 믿고 섵불리 뛰어들었다가는 더 큰 좌절을 맛볼 겁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웬만큼 실력이 쌓이려면' 최소한 4년에서 5년이 걸립니다. (더 오래 걸리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 동안은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버는 경우도 아주 많습니다. 물론 하루 12시간 이상 중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말이죠.

그걸 감내하고 정말로 번역이 좋아서 번역가가 되고 싶다는 분만 이 길로 들어오세요. 이 책을 잘 들여다보면 저자 김우열 씨도 그 점을 누누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번역가가 되는 손쉬운 길'을 제시하는 책이 아닙니다. '번역가를 꿈꾸는 자를 위한 실질적인 길잡이'입니다. 즉, '꿈'이 없이 '돈'만 좇아 이 길로 뛰어드는 자에게는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합니다. '꿈'에는 반드시 희생이 따릅니다. 그 점을 잊지 마세요.

할 일은 없고 돈은 벌어야겠는데, 어디 번역이나 한번 해볼까,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번역에 뛰어드는 분들은 그냥 백수로 지내세요. 그게 돈도 아끼고 맘고생도 안 하는 길입니다. 

이렇게 알찬 정보로 가득한 책이 이렇게 자극적인 광고 문구 때문에 오해를 사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모름지기 책이란 필요한 사람에게 읽혀야 합니다. 필요없는 사람이 읽으면 그 또한 낭비입니다.

그걸 조장하는 광고를 보니,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번역가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하기 그지없네요. 부디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의 내용을 지혜롭게 이해하기 바랍니다.

출처; 인터넷서점 YES24의 '나도 번역 한 번 해볼까'의 도서 서평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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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마트안에 들어서 있는 서점, 대부분의 이런 서점들은 흥미위주의 책이나 베스트셀러로 상품이 구성되어 있다. 서점과 출판사가 독자들이 책을 실망하게 만들고 멀리하게 만드는 풍토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그러더군요. 미국에서는 번역만 해도 석사학위 논문이나 박사 학위 논문을 통과시켜준다고 합니다. 그 만큼 옛 지식에 대한 자료들을 많이 모아둘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번역하는 일을 단순하게 우리 말로 옮기는 작업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번역가를 천시하는 풍조까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도 출판계에서 일하시는 사람들이 더한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출판사들은 해외에서 인정받은 베스트셀러의 번역만을 고집합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양질의 지혜들이 담겨 있는 서적들을 뒷켠으로 밀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번역가 역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없으니 두꺼운 양서들은 멀리하게 되죠. 그에 따라서 일반 독자들은 양서를 읽을 기회가 더더욱 적어지고 정크 데이타에 가까운 베스트셀러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이 아닐까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의 도서 내용중에서 번역가로의 어려움과 좋은 점을 쓰면서 긴 글을 마무리 한다.

 

번역가(프리랜서)의 어려움


1. 프리랜서는 버는 돈이 일정치 않습니다. 월급을 또박또박 받던 사람이 수입이 들쭉날쭉한 상황에 부딪히면 당황할 때가 많지요. 어떤 때는 갑자기 5,600만원이 들어왔다가도 또 어떤 때는 서너 달동안 수입이 3,40만원으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2. 생활이 피폐해지기 쉽습니다. 제가 아는 한 프리랜서들 가운데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사람은 매우 보기 힘듭니다. 아무래도 일정한 시간에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 비해 마음이 편하다 보니 자기 관리가 안 되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3. 이미지 관리를 하지 않으면 영락없이 백수로 오해받습니다.

4. 하나도 제대로 못한다는 비평을 감수해야 한다.

번역가는 다른 일과 비교했을 때 자유로운 직업이지만 자유를 누리려면 그만한 희생도 감내해야 하는 것입니다.

 


번역가가 일반 직장인들보다 좋은 점


1. 시간적으로 융통성이 있고 자유롭다는 점. 출퇴근 시간으로부터의 자유, 일과 중인 평일에도 훌쩍 떠날 수 있는 자유

2. 나이가 들어도 능력만 있다면 정년에 상관없이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특권

3. 다양한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책으로부터의 지식과 감성을 키울 수 있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에서 번역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대단히 춥고 배고픈 일이다. 뛰어난 이들이 이렇게 살아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 좀 더 양질의 도서들이 번역되어 소개될 수 있도록 번역가들의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관련기사:
'시크릿'의 김우열 번역작가와의 인터뷰
www.careernote.co.kr/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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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careerlab.tistory.com/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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