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생각(반면교사 혹은 타산지석)/(펌/ 편집) 영화번역

4단계로 번역 걸러… 자격증제 만들 것

잔인한 詩 2010. 8. 2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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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2단계 BK21 사업단을 찾아서 (5) 부산대 영상산업번역 전문인력양성단
2006년 07월 31일 (월) 15:49:12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부산국제영화제는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는데, 영상번역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세련되고 완벽한 번역을 부산대 학생들이 보여줬으면 한다.”

영산번역단의 이번 사업은 ‘통·번역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영문과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기도 하지만, 부산영화제를 ‘서울사람들’ 손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부산대 교수들의 오랜 고민에서 비롯됐다.

이번 사업이 무엇보다 전통적인 영어영문학과에서 탈피해 영상시대 흐름에 맞는 인재를 키워내는 데 초점이 두어진 만큼, 가장 중요한 건 커리큘럼을 개편하는 일이다. 영상번역학이라는 학문장르에 맞게 대폭 손질했는데, 크게 영화번역과 영상미디어번역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번역학연구방법론 △영상번역이론 △영상언어번역기술론 △영상미디어번역론 △구어체문장론 △다큐멘터리번역론 △영화번역프로젝트 △영상미디어번역프로젝트 등 언어수업과 영상문화 트렌드를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이론과 실습을 섞었다.

이에 따라 교수진 개편도 불가피했다. 어학과 문학을 가르치던 교수 10명이 기존 연구와 교과목에서 탈피해 새롭게 영상번역모델 개발과 이론구축에 뛰어들었다. 또한 교재개발을 위해 해외 주요 영상번역관련 도서들을 번역하는 중인데, 시리즈물로 기획돼 곧 3~4권의 교재가 출간될 예정이다. 영상번역학 전공교수도 2명 임용할 예정이고, 향후에는 전임교수로 채용해 학과의 특성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교육·연구의 강화와 더불어 초기단계에서부터 실무가들과의 네트워크가 긴밀하게 이뤄지도록 구축한 것도 강점이다. 교수들이 일찍이 영상위원회, 국제영화위원회 등과 접촉해온 터라 부산국제영화제 실무에 대한 정보가 많다.

하지만 번역이란 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특히 영상번역은 스크립트만 읽어선 안되고 ‘영화보기’를 통해 상황분석을 정확히 하는 게 중요하며, 무엇보다 영상에 걸맞은 글자의 이미지성이 강조된다. 게다가 자막번역은 쉬운 말로 표현하면서도 압축적 단어를 요구하고 있어 A급 번역자가 아니고선 힘들다. 이에 대비해, 영상번역단은 4단계 심사절차를 갖춘 번역평가제도를 도입·운영한다. 한 팀당 박사 1명+석사 2명으로 총 10개의 팀이 꾸려졌는데, 1차 번역은 각 팀에서 서로 다른 10개의 작품을 각각 번역한다.

2단계에서는 두 팀씩 짝을 지어 서로의 번역물을 교환하는데, 여기서 오역여부, 번역의 적절성 등이 상호 체크된다. 3단계는 우리말교정팀으로 넘어간다. 우리말 실력이 뛰어난 박사 1명과 석사 2명을 차출해 팀을 구성했는데, 이들이 모든 번역물에 대해 말투가 자연스러운지, 일상어로 잘 표현되었는지 등 우리말 구사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한다. 마지막 단계로 교수단의 심사를 거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최상급의 번역물을 생산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팀 간의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이 교환된다는 장점도 지닌다.

영상번역단의 궁극적 목표는 영상번역단 교육과 사업에 맞는 학위와 자격증을 취득하게 하는 것이다. 국내에선 현재 전문대학원을 제하고 번역으로 학위를 딸 수 없다. 이는 해외 주요대학들이 번역학위제도를 갖추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데, 영상번역단은 학과 차원에서든 학교 차원에서든 번역학 석·박사학위 취득제도를 모색할 계획이다. 더불어 영상번역전문인증제도 신설을 위해서도 발 벗고 나설 생각이다.

영상번역단의 사업은 단순히 번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영화산업은 배급과 홍보 등 후반부 작업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에선 너도나도 영화제작에만 총력을 기울이지 기타 작업들을 감당할만한 인재를 키우고 있지 않다. 이런 빈 틈을 메워줄 예비역도 영상사업단에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영화이론 및 영상산업 기획 전반에 능통하면서 마케팅까지 감당할 수 있는 인재를 개발하겠다는 것이 이 사업단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출처 :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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