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생각(반면교사 혹은 타산지석)/(펌/ 편집) 영화번역

영화 `반지의 제왕` 골수팬 많아

잔인한 詩 2010. 8. 25.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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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30 23:42 입력

내년 1월 1일 개봉할 팬터지 영화 '반지의 제왕'(피터 잭슨 감독) 의 자막 번역을 놓고 원작팬들과 영화번역가 이미도씨 사이의 설전이 인터넷(http://www-ph.postech.ac.kr/~jypark/index.htm)에서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JRR 톨킨의 원작 소설에 심취한 팬들은 시사회장에서 본 번역의 일부가 원작에 충실하지 못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예컨대 영화의 배경이 되는 'Middle-Earth'가 그렇다. 영화에선 '중원'으로 번역됐으나 톨킨 팬들은 '중부대륙'이 옳다고 주장한다. 

중원은 중국 한족이 일어난 황허(黃河) 유역을 가리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Middle-Earth'는 원작자 톨킨이 창조해낸 신화적 공간으로 국내에선 책에 따라 '중간계''중원'등으로 번역됐다.

또 다른 논란은 사악한 마법사인 사루만이 이끄는 괴물 형상의 종족 '오크'. 이미도씨는 관객의 편의를 고려해 괴물로 옮겼으나 '반지의 제왕' 팬들은 오크가 종족의 이름이기 때문에 굳이 괴물로 번역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다. 암흑의 제왕인 사우론이 거주하는 곳은 영화처럼 '모도르'가 아니고 '모르도르'며, 주인공 프로도를 도와주는 아라곤 스타라이더를 단순히 '전사'로 통일할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순찰자''스트라이더'로 구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 영화의 자막 번역에 일반 관객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원작의 세계가 복잡한 게 가장 큰 이유겠으나 그만큼 영화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또 관객이 단순히 영화를 관람하는 수동적 주체가 아니라 번역의 옳고 그름에까지 간여하겠다는 능동적 주체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생은 아름다워''비포 더 레인' 등 1년에 25~30여편의 외화를 옮기는 전문 번역가인 이미도씨는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며 "개봉될 영화 자막에선
팬들의 합리적인 지적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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