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생각(반면교사 혹은 타산지석)/(펌/ 편집) 영화번역

이미도가 말하는 외화번역의 세계

잔인한 詩 2010. 8. 25.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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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04/12/01

 

이미도씨는 외화번역가를 ‘할리우드산 활어 요리사’라고 말한다. 외국에서 막 개봉된 영화를 재빠르게 가져다가 우리말로 바꿔서 관객 앞에 내놓는 일은 바다에서 낚아 올린 싱싱한 활어를 숨이 끊어지기 전에 회쳐서 식탁에 올려놓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는 외화 번역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관객을 위해 영화를 읽어준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과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않고 일하며, 무엇보다 일반인들보다 두세 달 앞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든다. 그러나 실제 그 직업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먼저 ‘활어’(외화의 언어)를 살펴보면 영화에는 분야별, 계층별, 인종별, 지역별, 장르별로 제각각인 어휘와 표현이 등장한다. 법조계 스포츠계 군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용어와 은어, 비어, 속어가 난무한다.

또 같은 표현이라도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액션이나 멜로, 코미디 등 장르별로 다른 말 빠르기도 부담이다. 말 그대로 너무 싱싱한 활어를 다루기 위해서는 수준급 외국어 실력은 물론이고 미묘한 문화적 표현을 감지해낼 수 있는 언어감각이 필요하다.

활어를 회칠 때까지 번역자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1주일 정도. 각본(스크립트)은 제공되지만 비디오테이프는 없다. 직배사가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의 테이프 유출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영화사 관계자들과 함께 딱 한 번 영화를 보면서 녹음한 뒤 자신의 작업공간에서 그 녹음 테이프를 계속 들어가며 장면이 주는 이미지와 분위기는 기억과 상상에 의존할 따름이다. 그래서 이씨는 외화번역가는 지능이 높아야 한다고 농담삼아 말한다.

회치는 과정도 고달프다. 먼저 각 장면의 대사를 16자 이내라는 압축된 언어로 명료하게 풀어내야 하며 대사가 담고 있는 함축과 유머, 문화적 배경도 관객들에게 전달해줘야 한다. 특히 영어의 경우 우리말에 흔치 않은 ‘언어적 유희(pun)’를 이용한 유머를 즐겨 쓰기 때문에 번역가의 언어적 감각과 재치가 한층 더 요구된다. 그래서 원래 대본에 없는 말이 들어가기도 하고, 있던 대사가 생략되기도 한다.

이씨는 “외화 번역자는 기본적으로 원어민처럼 자유자재로 말할 수 있는 외국어 실력과 영화 마니아일 정도로 영화에 대한 깊은 이해, 원어를 우리말로 맛깔스럽게 옮길 수 있는 언어감각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외화번역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을 번역한 고 김순호씨부터 시작하며 이미도, 김은주 등 15명 정도의 전업번역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편당 150만원 이상의 보수를 받으며, 이미도와 같은 A급 번역가의 수입은 대기업 임원의 수준과 비슷하다.

송민섭기자/stsong@segye.com

 

이것이 이미도식 번역이다

 

# 1993년 단풍참사도 잘 이겨냈잖아(This is nothing compared to the Twig of 1993)=영화 ‘벅스라이프’에서 “93년 나뭇가지 추락사건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란 말을, 95년 ‘삼풍참사’에 빗대어 표현해냈다.

# 나는 용가리 사촌이다(I am your worst nightmare)=애니메이션 ‘뮬란’에서 악당들이 나타나 “나는 너의 최대 악몽이야”라는 표현을, 미국인들이 영화 ‘람보’에서 나왔던 이 대사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곧잘 사용한다는 점과 아이들이 주 관객층이라는 점에서 이렇게 옮겼다.

# 프롤로가 틀렸어/ 프롤로가 틀니했어(Frolo’s wrong/ Frolo’s nose is long)=애니메이션 ‘노틀담의 꼽추’에서 집시여인이 프롤로에 대해 틀렸다고 말하자 옆에서 듣던 이무기 석상이 재확인한 표현. ‘wrong’과 ‘long’이라는 언어유희를 통한 유머를 우리말로 살리기 위해 ‘코가 길다’라는 표현을 ‘틀니했다’로 바꿨다.

# 오늘은 당신의 남은 생의 첫 날입니다(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last of your life)=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케빈 스페이시가 한 말. ‘first’와 ‘last’의 대구를 ‘첫’과 ‘남은’으로 옮기고 전체적으로 번역투의 느낌이 나지 않도록 문장을 매만졌다.

■이미도는…

△1961년생 △한국외국어대 스웨덴어과 졸업 △공군교육사령부에서 영어교육장교로 근무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 석사과정 수학 △고려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EBS 영어캠프 특강 △‘화제집중’과 ‘굿모닝팝스’ 등 방송에 다수 출연


출처 : http://www.gurru.com/hanaboard/start.php?url=subject_view&page=17&url4=LTEwMjg=&number=LTEwMjg=&url3=Mg==&keyname=&key=&select_option=&array_name=subject&array_ot=asc&category=0&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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